한국 바둑계의 살아있는 전설, 서봉수 9단이 마침내 프로 통산 1800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국내 프로 바둑 역사상 조훈현 9단(2,124승), 이창호 9단(1,934승)에 이어 역대 세 번째 기록이자, 50년 넘는 현역 생활을 통해 일궈낸 대장정의 결실이다.
1800승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시대를 관통해 최정상권에서 수십 년간 살아남은 집념과 열정의 상징이자, 세대를 넘나드는 투혼의 기록이다.
서봉수 9단이 프로 바둑 통산 1800승 김혜민 9단 상대로 '흑 1집반 승'
서봉수 9단은 2025년 5월 2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2기 대주배 남녀프로시니어 최강자전 8강전에서 김혜민 9단과 맞붙었다. 치열한 접전 끝에, 그는 357수만에 흑 1집반 승을 거두며 통산 1800번째 승리의 순간을 맞이했다.
이날 대국은 그가 바둑 인생을 걸어온 55년의 시간만큼이나 무게감 있는 한 판이었다. 상대인 김혜민 9단은 강력한 집중력과 수읽기를 바탕으로 초반 주도권을 잡았으나, 서 9단은 중반부터 특유의 수비력과 노련미를 발휘해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서봉수 9단은 대국 직후 "사실 (1800승 기록은)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었는데, 많은 분들의 응원 덕에 이 순간까지 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후배들과 좋은 대국을 펼치며 더 오래 바둑을 두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봉수 9단, 반세기를 관통한 전설의 족적
서봉수 9단은 1970년 9월 입단, 같은 해 10월 1일 첫 승을 거둔 이후 지금까지 단 한 해도 빠짐없이 프로 바둑 무대를 지켜왔다.
그가 이룬 주요 기록은 다음과 같다.
- 통산 1000승: 1993년 10월
- 통산 1500승: 2011년 11월
- 통산 1800승: 2025년 5월
- 통산 전적: 1800승 3무 1066패 (승률 62.81%)
- 통산 우승: 32회
- 통산 준우승: 67회
- 세계대회 우승: 3회 (제2회 응씨배 등 포함)
- 최고령 우승 기록 보유: 제11기 대주배 우승 (2024년, 당시 만 71세)
특히 그는 1980~1990년대 한국 바둑의 황금기를 주도한 대표 기사 중 한 명이다. 조훈현, 이창호와 함께 바둑 삼국지를 형성하며, 수많은 명승부를 남겼다. 바둑 팬들 사이에서는 **'야전 사령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거침없는 전투 바둑과 무한 체력, 타협 없는 전투력으로도 유명하다.
향후 일정: 유창혁 9단과 4강 격돌…통산 1801승 도전
1800승을 달성한 서봉수 9단의 다음 상대는 만만치 않다. 그는 5월 9일, 제12기 대주배 남녀프로시니어 최강자전 4강에서 유창혁 9단과 맞붙는다.
서봉수 9단은 유창혁 9단과의 상대 전적에서 31승 46패로 열세이지만, 최근 경기력만 놓고 보면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접전이 예상된다.
서 9단은 "유창혁 사범은 지금도 강한 기사다. 1801승은 덤이고, 후배들과 좋은 승부를 펼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바둑계 반응…“전설을 넘어 새로운 길을 연 기사”
서봉수 9단의 1800승 소식에 한국기원과 바둑계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서봉수 9단은 바둑계의 살아있는 역사이며, 여전히 현역 기사로서 가장 모범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며 "그의 기록은 후배들에게도 큰 귀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 기사 A 9단은 “서 사범님의 바둑은 항상 예측 불가능하다. 누구와 붙어도 끝까지 가는 힘이 있다. 이 나이에도 실력으로 후배들을 이긴다는 건 정말 대단하다”고 전했다.
서봉수 9단의 바둑 철학
그의 바둑 인생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키워드는 ‘성실함’과 ‘꾸준함’이다.
서봉수 9단은 매일 아침 5시에 기상해 바둑 공부를 하고, 지금도 거의 매일 기보를 검토하며 복기를 빼놓지 않는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바둑을 오래 두는 비결은 따로 없다. 오늘도 공부하고, 내일도 복기하는 것"이라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정리하며: 나이는 숫자일 뿐…진정한 프로의 표상
서봉수 9단의 1800승은 단순히 승수의 누적이 아니라, 반세기 동안 한 길을 걸어온 인간의 의지와 성실함의 결과다.
그는 이제 7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여전히 바둑판 앞에서는 누구보다 치열하고, 누구보다 열정적인 프로다.
바둑 팬들에게는 서봉수 9단이 다음 대국에서 몇 승을 올릴지보다, 그가 바둑판에 앉아 있는 모습 그 자체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다음 승리도, 또 그다음 승리도 기대하게 만드는 그의 여정은 계속된다.
📅 기록일: 2025년 5월 2일
📍 출처: 한국기원, 대주배 공식 홈페이지, K바둑 대회 중계
※ 본 기사는 2025년 5월 기준의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향후 업데이트된 기록은 한국기원 공식 자료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